야구소녀
2020
포스터 만으로도 시선을 사로 잡는 영화 < 야구 소녀 >
제목도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느낌도 준다. 야구 소녀라....
학생 시절에 고교 야구를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소재인 일본 만화를 본 기억은 있는데, (다른건 다 기억 안나고 그 아이가 투수로 다시 스카웃되었던 계기와 다시 던지는 공을 위해서 네일아트를 그 자리에서 뜯어버리고 공을 다시 던지는 장면 두 가지만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주수인 선수'의 팬이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할때도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패기는 단지 나이나 실력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영화는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영화의 도입부에 프로야구에 여자 선수는 규정상 될수 없었으며 규정이 개정된것이 1996년이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지금으로써는 너무나도 어의 없으면서도, 처읍부터 저런 규정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 조차도 믿기 어려운 전제로 영화가 시작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는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영화 안에서 여자 야구 선수가 남자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얼마나 심하게 배척당하고 다르다는 시선으로 질타 받았는지는 오히려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체력적으로도 얼마나 더 큰 어려움이 있는지, 경제적으로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더 어려운지를 자세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몇개의 대사로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나 대중이 아닌 주인공을 잘 아는 사람들인 가족, 친구, 코치가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바램을(꿈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너무 비현실적이고 동화적인 표현이고, 바램이나 열망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충고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대사들은 너무 단순해서 현실적이다.
너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철 좀 들어, 미래를 위해서, 어차피 안될건데, 넌 안돼와 같은 말들로 충고할때 너무 지독하게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강압적으로나 소리를 지르지 않더라도 현실의 벽이라는 사실이 너무 지독하게 느껴졌었다. 거기에서 나도 모르는 내 미래를 왜 당신이 단정지어요' ' 나는 프로선수가 될거예요' 라는 말들은 강력하게 들리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모습으 보여주던 바램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벅찼다.
만화 영화 처럼 시련을 딛고 갑자기 폭죽 터지듯 꿈이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한단계 넘을 때마다 똑같은 현실의 벽이 지속해서 존재하는 모습이 프로 선수가 되었음에도 마냥 기뻐할수 없는 것 까지
실제로 훈련에도 참여해서 대역 없이 역할들을 소화했다는 이주영은 야구 소녀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배우다.
이주영 배우가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잘 어울렸다.
스틸컷들도 그냥 그 자체로 야구선수 같다. 배우 캐스팅이 연기력면에서만이 아니라 이미지에서도 중요한건 이런 이유일 것이다.
좋은 배우도 좋은 영화도 얻어 갈 수 있어서 관람이 더 즐거웠던 영화.
덤덤하듯 무너지지 않는 현실의 벽과 그냥 살아 가듯 일들을 헤쳐나가는 야구소녀와 벅참을 한 번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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