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 보고 싶은 로망은 어린 시절에 있었다.
어렴풋이는 약 21살정도까지 있었던 것 같다.
바이크를 멋 들어지게 타고 싶은 느낌보다는 한 번쯤은 타보고 싶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 이후에는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해 보았더니 젊은 시절(?)에 바이크 좀 몰았던 남자가 집에 있었다.
바이크 뒤에 한 번 태워준다고 해도 텐덤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면허증을 따라는 것이 신랑의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니 면허증을 따는 것 쯤이야 할만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도전을 해 보기로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에 비해서는 겁이 많은 편이고
바이크는 연습할 곳이 없으니 일단은 학원에 가서 문의를 해봤다.
하지만 2종소형 접수를 하기 위해서는 160센티미터 이상은 되어야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내 키는 160 센티미터가 되지 않는다.
키가 작아서 학원을 등록할 수 없다는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기준과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실패였다.
그 이후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다.
셀프 연습 후 시험을 본 후기들이 많았다.
후기도 많고 유명한 '목동김기사'에 연락을 해봤다.
답변은 똑같았다. 키가 작으면 불가능하다는것이다.
하.
내가 바이크를 타고 다닐 것도 아니고 그냥 면허증을 따려는건데 이렇게 거절당하니 짜증나기가 이를데가 없었다.
2종 소형의 경우에는 125cc를 넘어가다보니 차체가 높기도 하지만
무게감 때문에 바이크를 받치는 힘을 충분히 주지 못해서 옆으로 넘어가게 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데
그런 연유로 (여자라서,) 키가 작아서를 거절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화가 나는건 어쩔수 없다.
무겁고 감당이 안되는 바이크를 타다가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만든것과
125cc를 탈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한 것은 서로 다른 것인데, 시도조차 할 수 없게 거절당하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기나긴 여정의 도전기!
원동기 시험 2회, 2종 소형 시험 총 22회, 총기간 약 3년 1개월.
(20년 3월에 시작해서 23년 4월에 끝이났다)
나의 기나긴 썰을 풀어보도록 합시다.
일단 2종 소형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단 원동기 면허에 도전하기로 했다.
자동차 면허가 있으면 다 탈 수 있는 것이 원동기이긴하지만
일단은 2종 소형을 타기 위해서는 순서대로 다 하기로 했다.
원동기를 타기 전에 주변에 원동기 면허용 바이크를 탈 수 있게 해줄 사람이 있어서 한 번 타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번째 바이크는
월드컵 경기장 공원 주차장에서 연습용으로 타는 바이크가 되었다.
방법 설명을 듣고 간단하게 슬럿 당기는 감각만 조금 익히는 것으로 10분정도 타고 나니
더 연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하기로 하고 바이크 주인에게 감사 인사는 합격 이후에 하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신랑도 시험을 봤던 서부 면허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기로 했다.
이곳이 쉽다는 이야기도 있고 보기 편할 거라고 해서 이곳으로 시험 접수를 했다.
첫번째 결과는 굴절에서 2번의 선 밟기로 탈락.
원동기도, 2종소형도 90점 이상이여야 합격이기 때문에
실수 하나에 10점씩 깎이는 제도안에서 2번째 실수부터는 탈락이다.
그렇게 첫번째는 굴절에서 탈락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2종소형에서 입을 모아서 하는 이야기는 굴절만 통과하면 통과한다는 말이다.
첫번째 코스로 나오는 굴절은 바이크 컨트롤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두번의 연속 굴절을 통과해야만 그래도 길에서 바이크를 타고 다녀도 되는 허가가 나는 것이다.
여튼 첫번째 시도에서 탈락한 나는 두번째 시도에서 원동기는 바로 합격했다.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사실 원동기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종보통 면허 만으로도 원동기를 탈 수 있게되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는 본격 2종 소형 면허 차례다.
이렇게 생각보다는 간단히(?) 원동기를 합격하고 서부 면허 시험장에서 집으로 가는길에 다시 한번 검색을 해봤지만
목동김기사만큼 유명하고 개인이 하는 학원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나에게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옵션은 없었다.
도봉면허 시험장에서 몇번 시험을 보는 사이에도 <별내라이더스>곳도 발견을 했는데
역시나 이곳도 키 작으면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절망적이다.
연습을 할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바이크가 아주 안전한 것도 아닌데 면허를 어떻게 따라는건가 싶은 느낌이였다.
이래서 길에 면허 없이 바이크 타는 사람들이 많다고들 하는건가 싶기도하고
그 많은 배달원들은 다 면허를 가지고 타고 있기는 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일단 원동기와 달리 타 볼수가 없는 상황이니 할 것은 인터넷을 통한 공부였다.
요즘은 유튜브 시대다 보니 별별 것이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자동차도 2종 면허다 보니 클러치는 만나본적이 없는 나지만 일단 클러치를 인터넷으로 배워보기로했다.
(마치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 같은 느낌이지만 어쩔수 없다.)
시동 거는 법, 시동 안 꺼트리는 요령, 굴절 시험 볼때 속도감의 요령 등등 인터넷에는 바이크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말고도
시험 볼때 필요한 코스나 요령, 본인이 시험이 준비하던 방법 등이 나와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면허 시험을 본 후기를 올려두었다.
사실 찾아냈던 많은 후기들은 위에서 내가 찾았던 곳에서 연습을 한 이후에 시험을 본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게 아니면 바이크를 타던 사람이라서 바이크를 구해서 실제로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경우였다.
나처럼 아무 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종 소형을 탈 정도면 보통 이미 125cc에 준하는 바이크를 타고 있고
더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나처럼 아무 것도 못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클러치를 배운 나는 시동을 처음 6번째 시험 정도까지는 매번 시동을 꺼뜨렸다.
키가 작은 만큼 손도 작은 나는 계속해서 클러치를 너무 빨리 놓아서 시동이 꺼진다는 평을 들었다.
반클러치쯤에서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난 놓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에 너무 한번에 놓는 모양이였다.
클러치 친해지기 정말 어렵네...
3번째 시험 정도부터는 시동을 꺼뜨리더라도 20초 이내 진입을 해서 굴절에 도전해 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시동이 꺼져도 다시 켜고 진행할 정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이것도 15번정도 지날때까지는 신경이 정말 많이 쓰였던 부분이다.
왜냐면 누가 봐도 시험장에는 바이크를 안 탈 것 같은 사람은 나뿐이였고
22번의 시험을 보는 동안 여자 수험자를 만난 경우는 6-7번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시험은 한번에 강남의 경우 30명씩 본다)
그러다 보니 감독관님들도 내가 사고칠까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내가 아니더라도 뒤에 시험 보는 사람들은 앞 사람이 잘 하고 있는 집중해서 보게되는데
여러가지로 튀는 나의 경우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된다.
그래서 시동이 꺼질까 노심초사 한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까지도 시험볼 때는 압박이였다.
이렇게 초반의 시험들은 시동키는 연습할 수 있는 시간 20초를 위해서 투자했다고 볼만 하다.
그리고 약 1년 정도 지났을때는 굴절 코스를 선 한 번 밟고 통과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좁은길에서 떨어지는 나를 보며 다들 다음 시험에서 붙겠다라고 말을 했었다.
2종 소형 면허 시험은 대부분 미라쥬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 미라쥬는 125cc인데 바이크가 무거워서 핸들링이 어렵다.
그래서 다들 굴절에서 핸들을 제대로 꺾지 못하고 선을 넘거나 경로 이탈을 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서부 면허 시험장은 미라쥬가 아니라서 서울내부에서 시험 보는 중에서는 쉽다고 해서
집 바로 옆에 있는 강남면허 시험장을 두고서 서부로도 여러번 시험을 보러 갔다.
그리고 강남 같은 경우는 특수 면허 때문에 일주일에 2번만 면허 시험이 있는 반면
다른 3곳은 매일 2종 소형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종이로 된 원서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어느날 다시 인터넷으로 접수를 하려고보니 접수가 안된다는 것이다.
벌써 유효기간이 끝나 버린 것이였다.
면허시험장에 직접 방문해서 원서를 새로 접수해야하는 상황이였다.
22년 5월달에 발생한 일이였다.
그리고 그 쯤 새로운 일이 또 하나 생겨났다.
강남 면허 시험장의 바이크가 바뀌었다. https://naver.me/F6mx7Tzt
무거워서 컨트롤이 어렵던 미라쥬가 새 모델로 바뀌었다.
(검색해보니 아퀼라 300이라는 모델이라고 한다.)
그랬더니 당장 눈앞에서 합격률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합격하는 것도 보이고,
새 바이크 답게 엔진이 좋아서 시동도 잘 걸리고 클러치도 부드럽고
브레이크도 부드럽고 완전 다른 느낌인 것을 시험을 보자 마자 알 수 있었다.
당시에 서울에서 강남만 바이크가 바뀌어서 시험이 쉬워졌다는 소문이 나버려서
안 그래도 주 2회뿐이 없는 시험이라서 예약하기 힘든 시험이 한달치 이상이 예약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음 시험을 그 다음 달에나 볼 수 있었는데 이때 또 다른 변수를 만났다.
22년 여름 탄천에 물이 넘쳤고 당시 면허 시험장은 물에 잠겨서 1달 정도 정비로 인해 아예 시험을 치룰수 없었다.
(강남 면허 시험장 건물은 탄천 위에 있지만, 시험장 자체는 탄천주차장 건너편에 있어서
여름에 탄천 주차장이 잠길때면 다 같이 잠기는 구간이라고 생각하면된다.)
그 기간이 지나고 다시 시험을 볼 때 만난 바이크는 몇달만에 고생이 많았는지
양쪽에 있는 클러치와 브레이크의 핸들이 부러져 있었다.
응?
반토막이 나있는 핸들 길이에 당황해서 클러치 놓치는 타이밍을 또 제대로 못 잡고 속도 컨트롤이 굴절에서 또 안되서 실패했다.
수험 기간이 길어지니 별별 일이 다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와... 진짜 합격이라고?!!!!
사실 이거 바로 앞시험이 작년 10월이였어서 이번에도 또 안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사실은..
보통 오랫동안 안 타면 확실히 감각이 떨어져서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6개월반에 타는 것이다 보니 기대를 안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왜 시험을 안봤냐고 물어보신다면
12월초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준비 과정인 11월에는 시험을 아예 접수 안하고
12월은 연말이라 약속과 다른 준비과정 그리고 추우니깐 가고 싶지 않은 과정도 있었다.
1월 2월 3월에는 해외여행 2번, 제주도 포함 국내 여행이 3번이나 있었다.
이런 저런 핑계들로 시험 접수했다가 미루기도 하고 안가기도 하면서 6개월의 시간이 지났었다.
당장 3월에도 점심에 친구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피곤해져서 바로 시험 연기하고 집에서 잔 날도 있을 정도다.
시험 보는 과정이나 시간이 길어지면서 별별 곳에서 시험을 다봤다.
서울을 4가지 면허 시험장인 강서, 서부, 도봉, 강남을 다 경험했다.
여행가는 곳에 따라서도 면허에 도전해 보기위해서 여러 곳에서 응시를 해봤다.
제주, 광양(순천), 울산 에서도 시험을 응시했었고
실제로 시험을 보지 않았더니 찾아보거나 등록했던 용인, 춘천, 원주, 부산, 강릉 등이 있다.
제주에서는 마지막 코스가 좁은 길이였는데
좁은 길에서 떨어져서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 해줬었다.
순천에서도 좁은 길에서 탈락을 했었다.
제주에서 합격하면 제주 면허증으로 변경할 기회도 생기는 것이였는데 탈락이였다.
이렇게 접수 사이트에 들어가도 합격이 확인이 된다.
기념으로 캡쳐샷!
그래서 바꿔온 면허증에
이렇게 2종 보통 밑으로 2종소형, 원동기까지 찍혀 있다.
뒷면에 영어에도 명시가 되어 있고 그림으로 표기되어 있는 곳도 바뀌어 있다.
그림 맨 아래 바이크 모양옆에 원래는 <125cc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이게 all vehicles로 바뀐 것이다.
자 이제 나도 오토바이 면허 소지자!!!!
다음을 1종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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