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Americas/Mexico, 2019 ㆍ

뚤룸한달살기/ 20190704 ALTO

걷는소녀 2019. 7. 18. 03:49

 

[부부의 배낭 메고 두달 방랑기] DAY33

 

 

뚤룸한달살기/ 20190704

DAY3 ALTO

 

 

 

 

 

 

 

 

 

 

 

ALTO = 정지.

지금 여기에서 내 인생은 정지, 멈추는 중이다.

 

이전에도 인생을 잠시 멈춘 적이 있었다. 

첫 번째 ALTO는 많은 사람들도 한 번씩 멈추어 서는 곳이였고, 도약을 위한 타이밍이였고, 성실하게 살기만 한 것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 였다.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지치던 그 시간에 나는 행복했고, 노력했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였다.

 

 

두 번째 ALTO는 사람들에게 지쳐서 도망가던 시기였다. 내가 너무 다치고, 급격하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오갈 곳이 없었고, 계속해서 진행할 능력도 힘도 있는 상태였지만, 나를 보듬을 자신이 없었다. 내가 상처 받았던 모두에게서 도망가고 내 인생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시간이였다. 그 도망가고 싶은 모두에는 가족들도 포함이 되었었는데, 현실적으로는 ALTO를 이해할 수 없었고 낭비라고 생각했던 부모님 곁을 떠나지 못하고 한 지붕 아래 살아야했고, 돌이켜 볼때는 그것이 당시에 내 감정을 모두 해소하는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떠나서 행복했던 여행에서도 돌아오길 바라는 가족들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돌아와야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해서 생각해볼만 시간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다음 방향을 결정하는데에는 고마운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아갔다.

 

 

세번째 멈춤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였던 모양이다. 아픔을 핑계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포지션이 마음에 들지 않고,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던 관계로 다시 한 번 멈춤 버튼을 눌렀었다.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경력에 한 줄이 더 올라가고 다음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되어줄 시간이지만, 그곳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나를 없애는데 익숙해져 있었다고 생각한 순간에 내가 없는 그곳에 너무 힘들기만 했다. 그래서 멈춤을 누르고 도망쳤다. 이 멈춤 버튼은 '돌아갈 수 있음 10%'을 포함하는 버튼이여서인지, 그냥 도망감 버튼과 같은 것이여서 인지 3개월만에 우연히 완전한 새로운 일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아서 간것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약속했던 시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였고, 멈춤 버튼 이후에 완전히 충전되지 조자 못한 나는 완전히 지쳐 버렸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관계도 다 망가진 상태에서 떠나온 쿠바와 뚤룸이다. 버튼을 누른 이후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서 인지 아직도 마음은 어린 아이처럼 표류하고만 있다.

 

 

 

이곳에 답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온 것은 아니였다. 떠나기만 한다고 무언가 보이고 무언가 찾을 수 있는건 아니니까.

한달간 내려 앉은 이곳에는 그래도 완전히 멈춤을 눌러두어 보려고 한다. 

무언가 하지 않으며 쓸모 없다고만 느껴지고, 자꾸 일을 찾아서 보려고 하는 성격은 잠시 접어 두려고 한다.

아무 것도 안하는 나에게 느끼는 죄책감은 없애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여기는 일상이 아니니깐.

잠시만 ALTO.

#뚤룸한달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