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축하인지, 섭섭함의 표현인지 그 어디쯤인 모임을 하기로 했다.
멀지 않은곳, 맛있는 곳, 저녁에 어울리게 한 잔쯤은 마실수 있는 곳.
적당한 와인바를 찾아 헤매다가 노르딕 퀴진이 궁금해진 우리들은 이곳을 선택해서
약속한지 이주만에 만나기로 했다.
아마도 이곳의 번지수인 3713이 가게의 이름이 되어 버린듯 했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은 것에 비해서 테이블이 많지는 않지만 덕분에 테이블은 신경 쓰지 않고
우리들끼리 웃고 마시고 떠들기 좋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둔 듯했다.
리뷰에서도 공간이 충분하고 넓다는 평이 많았다.
외부도 통 유리창이라서 낮에는 더 넓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줄 것 같다.
다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은 처음이라서 추천을 받아서 와인을 고르기로 했다.
안내를 도와주신 매니저님이 소물리에이신지 와인 3가지를 가지고 와서
각각 설명을 다하고 선호할 만한 점들도 설명해 주셨다.
7개의 마을에서 포도를 모아서 만들었다고 하는 BAROLO 라는와인을 선택했다.
일을 마치고 온 사람들은 배가 매우 고픈 상태인 지라
궁금한 메뉴와 양이 많을 것 같은 메뉴를 섞어서 주문을 했다.
일차로 나온 것은 이 식당의 시그니처로 유명한 사과 샐러드
이 가게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진이 이 샐러드 사진이 아닌가 싶다.
독특한 모양이라서 사과라고 말하지 않으면 사과인지도 모르겠고
샐러드라고 불러 주지 않으면 샐러드라기 보다는 메인 요리일 것만 같은 정성스러운이 가득 담긴
이 집만의 시그니처 메뉴다.
와인을 한 입 먹는 사이에 에어링이 더 되면서 와인이 맛이 바뀌었다.
그걸 인지하고 있는 우리를 인지하신 소뮬리에께서 식전주로 쓰인다는 와인병을 하나 가지고 오셨다.
한국에서는 더 수입이 안되서 여기 식당에서 독점 중이라면서 샐러드랑 함께 하기 좋은 맛일 꺼라면서
모두에게 한 잔씩 따라 주셨다.
티를 블렌딩한 스파클링 와인이고, 종류에 따라서는 알콜이 아예 없는 것도 있다고 한다.
상큼한 스파클링에 향긋한 티 냄새가 어우러져서 식전주로 정말 안성맞춤이였다.
입맛도 돋아주지만,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라면 먹기에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녀석이였다.
다음은 펌킨, 펌킨, 펌킨.
이름만 봐서도 꼭 시켜봐야할 것 같은 메뉴다.
우리 모두 호박을 좋아서 다 같이 지목한 디쉬였다.
호박이지만 호박이 생각나지 않는 비쥬얼의 그릇이 나왔다.
호박의 모든 것을 상요해서 만든 디쉬라서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호박씨와 견과류도 잔뜩 올라간 것이 먹음직 스러워 보였다.
안쪽도 호박만 있지 않아서 보기보다 든든하고 먹을게 많은 녀석이였다.
호박이지만 달지도 않은 것이 자꾸만 퍼먹게 되는 생각 이상인 마성의 메뉴였다.
그리고 버섯 스테이크.
일단 버섯이 정말 맛있었다.
정말 정말 맛있는 버섯이였는데, 소스도 정말 독특한 맛이 났다.
막걸리를 발효 시키는 효소(?)를 넣어서 만든 발효 소스라는데
식당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특한 맛이였다.
신기하면서도 처음 만나는 맛이였는데, 그렇지만 또 맛있었다.
버섯 단독으로 먹으면 아는 맛있는 맛이라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생소한 맛있는 맛이였다.
이 것도 매우 합격.
맛있지만 천천히 나오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느낌 때문에
(다들 배가 고팠어.....)
고기를 먹자며 미트볼도 추가로 주문하게 되었다.
첫 비주얼은 생각지 않은 모양으로 나타났다.
볶음면 같기도 하고 샐러드 같기도 한 모양.
이 집은 무엇하나도 예상대로 나오지 않은 독특한 집이였다.
미트볼들은 큼지막하게 아래에 숨어 있었다.
제법 큰 미트볼들로 되어 있어서 가벼워 보이는 디쉬여서 만만히 여겼지만
역시 고기 답게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었다.
설 직전이였던 터러 휴가가 길어 진다며,
남은 디저트는 다 내어 주는게 맞다면서 라이스 푸딩까지 주셨다.
속마음을 들은거 같다던 매니저님의 센스 있는 멘트까지 더해진
정말 맛있는 푸딩이였다.
이거 안 먹었으면 정말 서운 했을 것 같은 맛이였다.
아는 맛있지만 좀 다른 맛이면서도 맛있는 맛이라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가 가게 마감 타임까지 앉아서 수다를 떨다보니
쉐프님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셨는데
즐거운 코멘트까지 나가는 순간까지 너무 즐거웠던 가게였다.
마감 시간만 1시간 더 있었으면 와인도 한병도 시키고 음식도 더 시켜서 놀았을 것이다.
B 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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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샐러드 16000원
펌킨,펌킨,펌킨 17000원
버섯 스테이크 17000원
와인 155000원
스웨덴 미트볼 35000원
총 금액 2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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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넓고 모든 면이 통 창문이라서
낮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집이다.
모든 경험도 다 새로워서 좋았는데, 또 다 맛있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음식들의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또 올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식당을 검색하면 와인바로서의 평이 제일 많이 나오는데
이곳은 식당으로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에는 낮에도 방문해서 다시 한 번 다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멀지 않은 곳에 계신다면 한 번 들러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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